관계를 지향하는 전시

엘렌 블루멘슈타인은 베를린의 현대미술관인 쿤스트베르케(KW) 인스티튜트 포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책임 관리하는 헤드 큐레이터이다. KW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늘 ‘토론이 가능한가’에 대한 전제가 붙는다. 현대미술은 규격화된 정의를 내릴 수 없기에 그녀는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다양한 관점이 도출되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할 때 ‘작품을 무대 위로 옮겨 연극처럼 이야기를 도출할 수 있을까?’,’예술가 본인이 직접 작업하는가’등을 자문하며 전시를 기획한다. 이때 관계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작품이 단순하게 작품으로 남기보다, KW 공간과 이곳에서 전시하는 작가 그리고 관객이 서로 관계를 맺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Magazine B], issue no.43, Berlin, p. 77

대림미술관과 D뮤지엄은 이런 관점의 전시 운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건네거나, 참여하게 하는데에는 가장 쉬운 것부터 할 필요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그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미디어이기도 하고. 디뮤지엄, 전시회를 인스타그램에 올리세요

미술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미술관이 아닌 모든 여가 수단이 되어야 한다.

– 토마스 크렌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장

미디어와 콘텐트의 고유한 경계가 쉽고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요즘, 구겐하임미술관장의 말은 아카이브 전시 뿐만 아니라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더 이상 ‘오래되고 신기한 어떤 것’ 으로서의 아카이브가 아니다.

Giving less advice

Advice, like fruit, is best when it’s fresh. But advice quickly decays, and 16 year-old advice is bound to be radioactive. Sharing a life experience is one thing (grandparents are great at this — listen to them!), but advice is another thing. Don’t give advice about things you used to know. Just because you did something a long time ago doesn’t mean you’re qualified to talk about it today.

조언은 과일과 같아서 신선할 때 가장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금방 썩는다. 삶을 나누는 것과 조언을 하는 것은 다르다. 한때 알았던 일로 조언을 하지는 말 것. 이전에 무언가 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자격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Giving less advice

37signals의 공동창업자인 Jason Fried가 잘 꼬집어 말했다. 책임지고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조언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언이 아니라 협력이겠지만.

아카이브의 커뮤니티 서비스

애플 스토어의 역할의 확대도 포함됐다. 언제나 애플은 애플스토어 모두 각각 커뮤니티 센터가 되기를 의도했었으며, 현재 쿡과 아렌츠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즉 잠재적인 고객과 기존 고객은 물론 서비스를 충분히 못 받는 소수자들과 여성에게까지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제 마음 속으로는, 스토어 리더들이 커뮤니티의 관리자여야 한다고 봅니다.”

앤젤라 아렌츠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얼마 전 다녀온 세종시의 대통령기록관은(특히 전시관: 큐브)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8년의 운영경험이라는 게 있기나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자아냈다. 규모(예산이라는 물량)와 건축(특히 외관)을 제외하고 전시-디스플레이의 품질과 기록콘텐트, 공간에 대한 배려는 처참했다. 분명 연구용역도, 사전조사도 했을텐데 어떻게 저런 결과를 갖고 개관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그런데 보도자료 배포는 또 얼마나 충실했던지)

아마도 ‘기록관료’가 아카이브를 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기록관리 분야 뿐만 아니라 이른바 전문영역과 정부(공공도 아니다)가 결합하는 최악의 형태일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동질화된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서비스라는 개념은 애초에 없고, 스프레드시트 셀 안의 개인정보로 대상화한다. 개인은 없고 관람객과 방명록만 남는달까.

리테일 스토어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개인에 집중하고 동질적이기 보다는 고유한 경험(구매든 체험이든)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진짜 서비스를 한다. 그래서 스토어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된다. 사람들은 스토어 밖으로 나가서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권유한다.

아카이브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애플이든 아마존북스든 츠타야든 어떤 ‘서비스’에서 배울 수 있다.

 

 

하버드 아트 뮤지엄 웹사이트

예쁘게 포장한 정보가 아니라 정확하고 명료한 정보가 좋은 정보이다.

당연한 말 같은데 웹사이트 제작에서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기준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마도 포장한 정보를 제공해서 자사 서비스(결국은 광고매출)의 규모를 늘리고자 하는 네이버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정보제공 웹사이트, 예를 들면 서울시의 함께서울지도에는 온갖 정보가 계층과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도 않고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다.(포장이 예쁘지도 않다)

Harvard Art Museum 의 웹사이트는 공들여 만든 흰색의 건축물처럼 아름답다. 절제된 정보, 정제된 디자인 컨셉, 타이포와 폰트라는 텍스트의 기본에 충실한 컨셉까지…오랜만에 만난 정말 아름다운 웹사이트이다.

이런 문화 콘텐트 웹사이트에서 내가 즐겨보는 부분은 기관의 정보와 관련된 영역이다. Visit 섹션의 정보는 친절하고 충실하다. 심지어 Footer에서, 이제는 한물간 정보라고 여겼던 현재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 디자인까지도 ‘아, 이건 방문객을 위한 일종의 배려구나’라고 생각될 정도.

서울기록원 TF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오로지 행정의 힘만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소스는 충분한데 추진의 구심력이 없어서 건축이든, 콘텐트든, 운영이든 문제가 터져나올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발제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스프레드시트에 촘촘하게 이슈와 스케줄, 태스크를 채워넣고 하나씩 지우거나 수정해야 할 때인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 와중에 온-오프라인에서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이니 따위를 말했던 나도 참 오바였구나, 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