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아니라 일

2011년에 발매된 아이폰 4s는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그리고 5s까지 이 스펙은 유지된다. 물론 조리개가 더 밝아졌고, 슬로우 모션을 촬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추가됐다. 한편 다른 제조업체들은 높은 화소의 카메라가 더 좋은 사진 촬영을 가능하게 해줄거라고 광고한다.

그런데, 사용자 경험은 기기의 스펙에서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동일한 화소의 아이폰과 갤럭시로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이걸 안다. 사용자에게 중요한 건 더 천만 화소, 천오백만 화소의 카메라 스펙이 아니라 ‘야, 사진 잘 나온다’ ‘참 쉽네’. 이게 아닐까.

도널드 노먼은 <디자인과 인간심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컴퓨터를 개발는 사람이, 기술을 위하거나 그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인을 위해 일을 하기를 바란다…이래야만 한다. 컴퓨터는 일상의 과제를 쉽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즐기게 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223)

전설의 비지캘크(visicalc)를 예로 들면서는,

사람들이 그 스프레드시트의 어떤 면을 좋아한 것일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그 자체가 마음에 든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사실, 가장 좋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컴퓨터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종류이며,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문제 자체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224)